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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연성

[EmetKanya] 정의

*가내 드림 설정 및 날조 사항 있음.

울티마 툴레에서 하데스/휘틀로의 혼을 소환한 이후 헤어지기 전의 드림 날조

 

 

사람의 감정은 쉽게 정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쉽사리 정해지지 않는 이 감정들은 당신과 대면했을 때 불안정하게 흔들렸었다. 수없이 재보았다며 외치는 그 모습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었지, 동정이었던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였던가. 우선 마지막 재단이라며 종말의 아모로트를 보여줬을 때는 분노가 치솟았다. 네가 뭐라고 우리를 재단해. 그까짓 영혼이 완전하다고? 영혼이 완전한 너희들도 결국 세계가 갈라지는걸 겨우 피했을 뿐이면서 누가 누구를 재단한다는 걸까. 분노를 넘어서 기가차고는 했다. 완전한건 누가 정하는거지? 완전하다 말하는 너희도 불완전한 부분이 분명히 있을터인데, 누가 누굴 재단한다는 말일까.

 

생각해보면 당신과는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썩 좋은 시작은 아니었다.

서로 헐뜯고, 욕을 하고, 오히려 그렇게까지 협력이 된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조금은 친해질 법도 했지만 그러는 일은 없었으니까.

 

굴그화산에서는 몸이 말을 안들었던 것이 한이었었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내 앞에 수그려 앉은 당신을 한대 쳤을텐데, 아쉬웠다. 그렇게 템페스트로 가버릴줄도 몰랐으니까. 분노는 템페스트까지 이어졌다. 한구석에 어딘가 다른 감정들이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다. 그것들이 그때는 필요없으니까. 필요해선 안됐으니까. 

 

마지막 결전 직전, 승자의 역사가 이어지면 패배자는 반역자로 기록이 된다 했던가. 패배자로 남을 수는 없었다. 당신에게 져서 끝끝내 내 안의 빛에 잠식되어 죄식자가 될 마음도 없었다. 세계에 재해를 일으켜 통합을 시킬 마음도 없었다. 그러기 위해선 눈 앞의 당신을 막아야했다. 거기에 내 감정이, 사견이 들어가서는 안됐다.

 

영웅이니까, 세계를 구할 사람이니까, 그리고 이 모든 역할이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니까.

사사로운 감정따위에 연연하기엔 내가 짊어진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책임져야 할 것 들이 산더미였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저지하고자 움직였고, 싸웠으며. 종래에는 내가 당신을 이겨 한 세계의 멸망을 막아내는

 

그런 영웅에게 사사로운 감정은 필요없었다.

 

 

“ 뭘 그렇게 바라보냐. 더 할 말이라도 남은건가? ”

“ … ”

 

 

그렇기에 그 이후에 물밀듯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는 내가 감당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뜸 들이지 말고 얼른 말해봐라. ”

“ 처음엔 싫었어. ”

“ 뭐? ”

“ 처음엔 당신이 싫었어, 죽어도 싫었지. 아씨엔 주제에 세계에 재해라는 것들만 일으키면서 꼴에 자기들도 사람이었다고 나한테서 누군가를 투영해서 그리워한다는게. 그게 죽어도 싫었어. 불쾌했고 ”

 

 

그건 여전히 싫은 것이었다. 나는 나였다. 다른 누구로 대체 될 수 없는 사람이다. 당신이 내게서 누군가를 투영해 본다해도 그건 ‘나’일 수 없었다. 내가 되어서는 안되었고, 당신도 그와 나를 동일시 해서 바라봐서는 안됐다. 애초에 당신이 그렇게 그리워하던 ‘내’가 나라면, 이렇게 보고있다는 것 자체를 싫어할 것이 당연했다.

 

 

“ 그런데 제법 웃겨, 거기서 당신들 과거를 듣고 잠깐이나마 가엽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당신들이 어떤 초월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인간이구나를 생각했었으니까. ”

 

 

작게 실소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했다. 스스로의 자존심이 높은 것쯤은 알고있었으나, 인정해야할 것도 인정하지 못하면 그게 무슨 아집인가.

 

 

“ 그리고 다음에는. … 그래 의사당이었었나. 거기서 당신이 악을 쓰고 소리치던 것에 마음이 흔들렸어. 그건 사실이야. ”

 

 

눈을 가만히 감는다. 멀지 않은 과거에 해저의 아모로트에서 겪었던 일들, 그리고 더 멀지 않은 과거. 그들에겐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지만 자신에게는 고작 며칠 전의 과거 이야기. 엘피스에서 겪었던. 그리고 봐왔던.

 

 

“ ‘내’가 너에게 맡긴 것을 내던지지 말라고 했었지. ”

 

 

조물원에서의 마지막, 공간의 이음매를 아르고스를 타고 넘어가기 전 들었던 마지막 말. 당신이 나에게 맡긴 것이라고는 그거 하나였다. 우리가, 고대인들이. 살아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고선 상대를 바라본다. 지금부터 할 말이 그가 마지막에 남긴 말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그럼에도 해야했다. 가기 전 당신만 내게 말을 남기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언제나 나만이 남아서 모든 것을 안고 가야하는 건 싫어. 당신도, 다시 세계에 돌아오기 전까지 계속 곱씹어 봐.

 

 

“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지. … 그래, 우습게도 당신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 1세계에서의 일도, 엘피스에서의 일도 겪어보고나니 제대로 자각하기엔 오래 걸렸지만. ”

“ 허..? ”

“ 한 때 세계를 통합 시키려 했던 자를 좋아한다니, 내 꼴이 좀 우습지? ”

“ 아니, 아니아니 이봐. ”

“ 그래도 어쩌겠어. 감정이 내 마음대로 정해지는게 아닌데. ”

 

 

말이 정제되지 않은채 뱉어진다.

 

 

“ 이제와서 비웃을거야? ”

 

 

괜히 자존심만 높아진다. 

 

 

“ 한 때 죽어라 싸웠던 사람이 이러고 있으니 너도 우습겠지. ”

“ 이봐, 영웅님 ”

 

 

털어놓기로 했으면서 남탓을 하고있다. 뭐가 그렇게 억울하다고.

 

 

“싫으면 말 해, 적어도 내가 별 바다에 갈 때까진 정리하고 갈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문다. 대답을 듣기 싫다는 듯 귀가 자연스럽게 접혀진다. 말 하지마, 대답하지마. 그냥 그대로 말 없이 가버려. 속으로 되뇌이면서 가만히 상대의 반응을 기다린다.

 

 

“ 드디어 들어 줄 생각이 드셨나? ”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듣기 싫다고 귀를 접어봤자 막아둔 것도 아니었으니 안들릴리가 있을까.

 

 

“ 먼저… 내가 널 싫어할거라는 생각은 왜 한거지? 뭐 그래, 너는 ‘그 녀석’이 아니니까 내가 한 때 너를 그녀석에 겹쳐본 것도 사실이고. 그렇게만 따지면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

 

 

듣기 싫은데, 들어야 할 것 같다. 심장이 비이성적으로 두근대기 시작했다. 당신이 어떤 말을 할지, 해줬으면 하는지 기대 하고 있지만 듣게된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인가. 좋고 싫음이 공존하는 이 상황이 싫었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도망칠 수 없는 곳이다. 우주 끝까지 온 마당에 어디로 도망친다는 말인가.

 

 

“ 난, 딱히 영웅님을 싫어한 적은 없단 말이지. ”

“ …뭐? ”

“ 내가 ‘널’ 싫어했다면, 그래… 별의 바다에서 네 행적을 지켜보지도 않았겠지. 이렇게 부름에 응하지도 않았을거고. ”

“ …너, 날 지켜봤어? 스토커야? ”

“ 지금 상황에서 그 말이 나오나? ” 

 

 

지켜봤다는 말에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그럼 내가 뭘 했는지 다 봤단 소리야? 엘피스의 일도? 아니 이건 기억해냈다는 것에 가까운가? 이 미친 영감탱이가. 갑자기 드는 부끄러움에 표정이 제대로 갈무리 되지않는다.

 

 

“ 아무튼, 요컨대 나는 너를 싫어한 적 없다. 그렇다고… ”

 

 

상대의 말을 듣는다. 뒷내용이 무언가 있었던 것 같지만 제대로 기억나지도, 생각나지도 않는다. 싫어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거면 된거였다. 첫 시작은 삐걱이는 관계로 시작했지만 결론적으로 싫어한게 아니라면 된거였다. 되도않는 사랑이라도 확인해봤자 이미 그는 죽은 사람이었다. 다시 별의 바다로 흘러들어가서 이 별에서 순환하게 되는 영혼이라는 이야기였다. 뒤나미스가 넘치는 이곳에서라면 무언가 해볼수도있겠다만, 그러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해서까지 저녀석을 제 곁에 두고싶진 않았다.

 

그의 말이 어떻게 끝맺었던 간에 고갤 끄덕인다. 상대가 한숨쉬는 것이 느껴지지만 제대로 마주할 자신도 없어서 고개를 그냥 돌려버렸다. 무어라 궁시렁 대는 소리가 들리지만 부러 무시했다. 옆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낸 느낌이라 무언가 개운한 기분도있었다.

 

고갤 돌리고 뒤쪽을 바라보자 자신을 보며 제각각의 표정이 된 새벽의 혈맹이 있었다.

 

 

“ …나 사고친거야? ”

“ 아니, 딱히 큰 사고는 아니긴한데. 저녀석들한테는 좀 충격인가봐. ”

“ 저녀석들? …아. ”

 

 

산크레드의 말에 바라보자 놀란 얼굴인 알리제와 그라하가 눈에 들어온다. 알피노도 충격인듯 표정이 멍청하게 바뀐것이 눈에 보인다. 그에 반해 나머지들은 멀쩡한 걸 보니… 어른스러워서 받아들이는건지 아님 예상했던 건지 알 수 없는 태도로 일관중에 있다. …에스티니앙은 그냥 애초에 저놈을 몰라서 저러는 것 같고. 일단 놀란 녀석들을 진정시키고 있으니 뒤쪽에서 다시 말소리가 들려온다.

 

 

“ 우후후. 그럼 우리들은 이만 가볼게.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줘서 고마워. ”

“ 나 참.이런게 뭐가 즐겁다고… ”

“ 에메트셀크 너도 즐거웠으면서 뭘? ”

“ 헛소리 마라 휘틀로다이우스. ”

“ 그래그래~ 아, 그럼 다음 생에서 만날 수 있으면 만나자. 또 다른 너. ”

 

 

뒤를 돌아보니 휘틀로다이우스가 손을 가볍게 흔든다.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육체는 사라져가고 혼은 별의 바다로 흩어져간다. 휘틀로다이우스를 가만히 바라보다 그 옆으로 시선을 돌린다. 휘틀로다이우스와 똑같이 사라져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잘가라고 말해줘야 할텐데.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정말 이게 마지막일텐데, 한평생 살갑게 대한 것이라고는 가족을 제외하면 없었으니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고 눈 앞의 상대가 끝에 끝으로 전부 흩어지기 전, 겨우 입을 열었다.

 

 

“ 에메트셀크. ”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건 처음이었다. 아니 사실 이거 이름도 아니잖아.

 

 

“ …잘 가. ”

 

 

겨우 떨어진 입은 마지막 인사를 고했다. 완전히 흩어지기 전 그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있었던 것도 같았다. 전부 흩어져서 별의 바다로 흘러가는 혼을 바라본다. 이제 더는 만날 일은 없겠지. 내가 별의 바다로 흘러들어가거나, 저들이 다시 태어나서 우연으로 자신과 다시 만나는게 아니라면. 그리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뜬다. 언제부터 시작된지 모르는 이 사랑은 이제 끝이었다. 지금 이 과정도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행동이었지.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품은 이 감정은.

 

애초에 시작될리도, 되어서도 안되는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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